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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사회적 책임’ 짊어진 이재용, 文 정부에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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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사회적 책임’ 짊어진 이재용, 文 정부에 응답할까?

성장세 꺾인 삼성 ‘미래 동력’ 확보에 ‘대기업 역할론’, 두 마리 토끼 잡아야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글로벌 경제 둔화와 국내 내수 경기 위축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이미 최악의 고용률과 반도체 등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재계 1위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향해 “고용·투자 확대는 민생을 위한 길”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산업계의 한 축인 이 부회장으로선 ‘기업 성장’과 ‘사회적 책임’ 이란 두 가지의 등짐을 짊어지고 힘든 여정의 출발점에 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영업이익으로 ‘실적 충격’을 내면서다. 반도체의 부진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세계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에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돼 충격이 컸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는)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산책에서)”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회장도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이외에 화웨이, 샤오미 등 경쟁 업체의 공세로 갤럭시 등 스마트폰의 실적 하락까지 점쳐지고 있어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삼성의 실적 부진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증폭되면서 이 부회장을 채찍질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이 부회장의 숨 돌릴 틈 없는 현장 경영 행보는 이러한 경영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바이오,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부품 등을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총 180조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 현장과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사업 경쟁력을 키워달라”며 임직원들은 독려했다. 외부 소통도 늘리고 있다.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회동 이후 15일에는 문 대통령과의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등 현 정부와의 교감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기업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고용과 투자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선 무게감은 한층 더해진다. 물론 심상치 않은 국내 경기 전망 속에서 삼성의 독자 노선 만으론 국가 경제와 기업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현 정부와의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지다.
재계 1위의 삼성의 투자 여부가 여타 대기업의 투자 흐름에 영향을 미쳐 이 부회장으로선 문재인 정부의 ‘응답’에 ‘선봉’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에 놓인 현실적 문제도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행동에 나서게 하는 요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문 대통령과의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4만명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그는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며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국제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 하는 것은 핑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라며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해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과의 교감 확대가 이 부회장의 능동적 변화를 이끈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은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과 처음 만났고, 두 달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시 재회했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신년회에서 참석한 이 부회장은 약 2주만에 청와대에서 소통의 시간을 가졌고, 산책 일정도 함께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돼 지난해 2월 석방 된지 11개월 만에 4번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재개 한 관계자는 “안팎으로 경제 위기 우려가 들려오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으로선 대기업 총수로서의 역할과 사회적 역할 두 가지 모두 수행해 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산업의 선봉에 서서 느껴지는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