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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전세값 내리자 이번엔 ‘깡통전세·역전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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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전세값 내리자 이번엔 ‘깡통전세·역전세’ 딜레마

세입자는 보증금 날리고, 전세대출 부채 부담 커질까 안절부절
집주인은 거래가격 하락에 세입자 구하기마저 어려워 노심초사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지역에 한 시민이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지역에 한 시민이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종합대책 실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4개월 사이에 전국의 주택 및 전세 가격이 빠르게 동반하락하자 주택수급시장에 ‘깡통전세’와 ‘역(逆)전세’가 현실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깡통전세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상회하면서 주인집이 자칫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있는 전세를 말한다.
역전세는 이같은 깡통전세 발생으로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전세를 꺼려함에 따라 임대주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전세물량은 적은데 전세가격이 높아 세입자가 전세집을 구하지 못하는 전세난과 상반된 개념이다.

집·전세 가격 동반하락...감정원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


지난 8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의 주간(1월 28일~2월 4일) 아파트 가격은 0.06% 떨어졌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2월 4일 기준 0.08% 하락, 지난해 11월 둘째주 이후 1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주택공시가격 인상 등 잇단 조치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새해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신규물량 공급이 이뤄지는 것도 하락세의 한 요인이다.

비록 아파트 가격의 하락 폭이 둔화됐지만 한국감정원은 지난 1월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전셋값은 2.4% 내릴 것으로 예측한 바 있어 당분간 주택시장에서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도 나란히 하향곡선은 그리고 있다.

10일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7년 연말까지 상승하던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100.8로 최고를 기록했던 아파트전세 가격지수는 올해 1월 마지막주 99.8로 미끄러졌다.

또한 한국감정원 주간 동향에서도 2월 4일 기준 전국 전세가격은 0.08% 하락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0.18% 내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대의 하락 폭이 나타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의 하락은 지난 2009년 2월 첫째 주(-0.10%)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1월 집주인 대신 보증기관 전세보증금 반환 급증


이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의 아파트 가격 및 전세 가격의 동반 하락이 계속 이어지자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다른 이유로 ‘전세부채 리스크(위험)’를 우려하고 있다.

즉, 집주인은 깡통전세 우려로 전세를 기피하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를, 세입자는 집 가격 하락으로 은행대출을 낀 주인집이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전세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깡통전세’나 그에 따른 전세대출금 상환 부채를 이중으로 걱정해야 할 처지에 각각 놓이게 될 것을 걱정한다.

지난해 서울대학교(경제학부)와 주택금융연구원이 공동발표한 ‘한국의 전세금융과 가계부채 규모’ 논문에 따르면, 국내 전세부채 규모는 최소 기준으로 잡더라도 무려 75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세대출도 90조원을 차지하며, 특히 5대 시중은행을 통한 전세부채는 지난해 63조원으로 2016년(33조원)과 비교해 2년새 2배 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난의 전조현상으로 전세대출 보증기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이 전세계약 완료에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두 기관이 대신 지급해준 금액이 총 160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7년의 398억원보다 무려 4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였다.

또한 올들어 1월 월간 전세보증금 반환 금액이 26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전세 가격의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맞추지 못했거나, 새 세입자를 제때에 찾지 못한 집 소유자가 늘어나면서 보증회사가 대신 해결해 주는 사례도 증가한 결과이다.

금융당국 ‘깡통전세 위기’ 비상계획·실태조사 대책 강구

역전세와 깡통전세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일각의 ‘위기’ 국면 진단에 일정 정도 선을 그으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주시하며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1월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역전세난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부실화 및 세입자 피해 등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계획 마련과 함께 현장실태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