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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용인’ 내정설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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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용인’ 내정설 놓고 ‘설왕설래’

지자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 놓고 치열한 경쟁
한 언론서 ‘용인行’ 내정 보도…산업부 “확정된 바 없다”
업계, ‘인력 정주 여건·접근성’ 등 고려, 용인 내정 관측
정부 확정 발표 앞두고, 공정성 시비·정치 쟁점화 될 듯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경기도 용인 내정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년 동안 무려 120조원을 투입키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공정성 논란 뿐 아니라 자칫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조점이다.

그간 SK하이닉스 용인행(行)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반도체 전문 인력의 정주 여건 확보와 교통 등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또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도 가까워 관련 기업과 함께 클러스터 조성에도 수월하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정부가 2020년부터 10년간 120조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공장 4개를 건설하고 협력업체도 50여 곳이 동반입주하게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에는 1만 여명의 고용창출과 경제적 효과도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지자체의 수입원인 지방세도 수천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수도권 이외의 지자체들은 놓칠 수 없는 ‘미래 수익원’이 셈이다. 경기도 용인 뿐 아니라 이천, 충청북도 청주, 경상북도 구미 등의 지자체가 사활을 건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 언론이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10만㎡에 조성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하고, 이르면 이달 말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안’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는 반도체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보도 직후 산업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확정된 바 없다”는 단 한 줄짜리 해명이 소극적 부인으로 비춰지면서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용인행이 기정사실이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올해 1분기 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확정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회사의 결정 사항이 아닌 정부의 결정 사항으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용인행 보도에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경북도·구미시는 즉각 우려를 나타내며 진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구미시는 “정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입지를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법에 명시된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은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빚어 왔다. 이천시는 지난달 23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 시민연대 출범식을 열고 가두행진을 한 데 이어 유치 기원 피켓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구미시는 유치전에 시민까지 가세했다. 시민 3000여명이 모여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한 시·도민 상생경제한마음축제'를 열기도 했다. SK하이닉스에 국가5산업단지 부지 100만㎡ 무상 제공, 근로자 정착 등 지자체별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지자체 뿐 아니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도 가세해 유치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의 확정 발표 전 SK하이닉스 용인 내정설은 정치 쟁점으로 확전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공장 부지가 용인으로 확정된다면 현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의 첫 사례가 된다. 그간 국가균형발전 명분을 내세우며 수도권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비수도권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바른미래당은 현 정부를 겨냥해 “투자할 민간기업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장입지를 정치논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공장입지 결정도 정치논리로 훼손하고 있으면서, 규제개혁에 나섰다고 생색을 내는 것이 민망하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