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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폭탄 맞은 기아차…산업계 또다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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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폭탄 맞은 기아차…산업계 또다시 ‘휘청’

2심 재판부, 핵심 쟁점 ‘신의칙’ 또다시 불인정
불황 속 최저임금 등 노동 현안에 통상임금까지
통상임금, 全 산업으로 확산될 듯…‘부담 가중’
기업 경쟁력 상실·고용 위축 등 후폭풍 예상
재계, 모호한 ‘신의칙’ 명확한 기준 마련 주장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뉴시스 제공>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항소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산업계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여파에 한차례 휘청거린 산업계가 통상임금으로 인한 막대한 자금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기업의 경쟁력 상실과 고용 위축 등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조짐에다 내수 침체로 산업계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는 22일 “청구금액 6588억원 중 3125억원과 지연이자를 회사가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핵심 쟁점인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수용하지 않았다. 신의칙은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방법으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즉 근로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신의’에 비춰 제한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가 식비와 일부 수당 등을 인정 범위에서 제외키로 하면서 인정 금액은 일부 줄어들었다.

이날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부진과 사드로 인한 중국의 무역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에 통상임금까지 부담하면 경영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실제 기아차는 2011년 8.1%이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 4.8%로 떨어졌고, 2017년 통상임금 충당금 반영으로 1.2%까지 내려앉았다.

이번 판결로 기아차의 인건비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가중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아차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아차를 시작으로 통상임금이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전 분야로 확산돼 국가 경제가 위협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고, 2심에서는 신의측이 받아들여져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10여 곳의 사업장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으로, 이날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아차는 내부 논의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선고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소송과는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작년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결과가 나오자 재계는 “승복하게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신의칙에 대한 애매한 판단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판결은 노사가 1980년대의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해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특히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 재량적, 편파적인 판단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