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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부분 해제를 요구한 대북제재 5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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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부분 해제를 요구한 대북제재 5건은?

북한, 2016~2017년 채택 5건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 지장 항목 해제 요구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혀 대북제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링룡호 북한 외무상과 최연히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링룡호 북한 외무상과 최연히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 외무상은 이날 새벽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가진 심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중 1차 조미수뇌상봉회담을 이끈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얘기했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면서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민생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제안한 다섯개 제재 결의에서, 군수용은 우리가 아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민생과 관련해서, 인민생활, 경제발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사항들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부터 취한 대조선 결의에서, 2270호 2375호 등 다섯 개인데 이 가운데서도 100%가 아니고 여기에서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후 지금까지 모두 11건의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이 중 6건이 2016~2017년 결의됐다. 무기 거래에 관련된 특정 기관과 개인을 제재한 2017년 6월 제재를 뺀 나머지가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말한 ‘5건의 유엔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모든 회원국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유엔 대북제재만큼은 준수해야 한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5건의 제재는 2016년에 부과된 2270호와 2321호, 그리고 2017년의 2371호와 2375호, 2397호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약 2년 동안 순차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들이다. 이들 제재들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이거나, 자국 내 외교공관의 임대행위 근절,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과 같은 내용들도 포함돼 있지만, 핵심은 북한의 돈줄을 옥죄는 경제적 조치들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첫 제재 결의안은 2006년 7월 채택한 1695호다. 당시 북한 핵과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금지와 관련 자금 동결, 기술 이전 금지 등을 권고했다. 같은해 10월 발표된 결의안 1718호는 대북제재 이행과 제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이들 결의안은 북한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2009년 채택한 결의안 1874호는 핵과 관련된 각종 거래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고 2013년 통과된 결의안 2094호는 보석과 고급자동차 등 사치품의 북한 유입을 막고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그런데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한 2016년부터는 북한의 자금줄을 죄어 경제 전반을 타격하는 쪽으로 달라졌다.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2016년 3월 채택된 결의안 2270호는 북한의 무기수입을 봉쇄하고, 해상과 항공운송도 통제했다. 북한 은행의 제3국 지점 설립과 대북 항공유 공급도 전면 금지했다. 또 북한발 , 북한행 화물 검색을 의무화했다. 또 민생 목적을 제외한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해 당시 북한의 최대 외화수입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6년 9월 5차 핵실험에 따라 그해 11월 말 채택된 대북 제재결의안 2321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수출을 제한하고 구리와 니켈, 은과 아연 등의 수출은 원천 봉쇄했다. 이는 '민생 목적'이라는 모호한 예외 규정 때문에 석탄 수출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대응조치였다. 재외공관이 개설할 수 있는 금융계좌도 1개로 제한했다. '민생 목적은 예외'란 규정도 없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이 최고조에 이른 2017년에는 4개의 결의안이 쏟아졌다. 2017년 8월 발표된 결의안 2371호는 북한 외화벌이의 최대 효자로 손꼽힌 석탄수출을 금지했고 철과 철광석, 해산물을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들 품목은 북한의 연간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아울러 해외 노동자 신규 송출을 원천 금지했다.

그해 9월 통과된 결의안 2375호에선 처음으로 유류품 제재를 포함시켰다. 원유와 정유제품 공급을 각각 연 400만 배럴, 200만 배럴로 동결했다. 북한의 5개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섬유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북한의 기름과 무역거래를 막고 노동자를 통한 ‘외화벌이’까지 틀어막은 이 결의안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2017년 12월 22일 채택된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전기장치의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을 다 막았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로 지적돼 온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2019년 말까지 모두 귀환시켜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유제품 공급 한도를 50만 배럴로 줄였다. 과거 연간 450만 배럴가량인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중 90%를 차단하는 조치였다.유엔 회원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이들 5개 제재 결의는 전례 없이 강한 조치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조치에 적지 않은 무게가 실렸다. 북한이 이들 결의안 탓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용호 외무상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생생한 증거물이다. 공장 가동이 줄고 석탄과 수산물 등의 수출이 안 되니 생필품을 수입할 수도 없다. 해상 환적으로 유류를 몰래 들여와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뒷걸음질 칠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2014년 1%, 2015년 -1.1%, 2016년 3.9%, 2017년 -3.5%를 보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2016년과 2017년에 부과된 (5건의) 제재가 사실상 북한을 아프게 한 유일한 조치들이었다"고 평가하고 "이들 제재가 서 북한에게 이처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던 건 중국이 본격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교수는 리용호 외무상이 ‘일부 제재 해제’와 관련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제재는 북한 정권의 외화 수입을 줄이면서 핵 개발 등을 막고자 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현금 유입을 막음으로써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동시에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정권의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