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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주총 돌입…이재용·정의선·구광모 ‘새 시대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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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주총 돌입…이재용·정의선·구광모 ‘새 시대 활짝 연다’

주요 대기업 주총 시작…경영 3세 그룹 전면에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책임경영’으로 주총 데뷔
주총 기점으로 ‘경영기틀 마련’…‘총수시험대’ 올라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의 막이 오르면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그룹을 총괄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저마다 경영철학 색깔을 내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구 회장은 모두 올해 경영권을 사실상 넘겨받는 만큼 이번 정기 주총은 이들이 그룹의 본류(本流)임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자리다. 또한 이들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총수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만큼 이들의 주총 행보는 향후 경영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이번 주총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대내외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부회장은 20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오는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 임기가 마무리 된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상고심이 진행 중이란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임기 만료 전 임시주총을 열어 재선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고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자칫 이 부회장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경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직책 대신 현장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협력사 등과 광폭 경영 행보를 보여온 이 부회장은 올해도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올해 별도의 주총을 거쳐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향후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 등으로 역할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책임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22일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어지는 별도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정의선 시대’를 공식화하는 행보다. 정 부회장은 기아자동차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 기아차 경영을 둘러싼 모든 법적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도 기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에 이어 기아차까지 총 4개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해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당초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뿐 아니라 기아차 대표이사까지 맡을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복수 계열사 대표이사 겸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사내이사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로 올해 배당금 확대, 자사주 추가매입, 기 보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늦어도 올 하반기 추진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행보로 읽힌다. 책임경영과 투명성, 주주가치 제고 등을 통해 현 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하면서 우호적 경영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반대에 나섰던 미국계 행동주의 엘리엇과의 힘겨루기에서도 승기를 잡은 상황이다.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의 등기이사 퇴장을 통해 ‘구광모 시대’를 공식화 했다. 구 회장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해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등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LG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LG전자 사내이사는 권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부회장,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 등 3명으로 재편성 됐다. 이들은 ‘구광모 체제’의 핵심역할을 하게 됐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날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권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던 형태를 벗어나 각자 역할에 집중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LG그룹은 26일 지주사 ㈜LG 주총을 마지막으로 ‘그룹 전열 재정비’를 마치고 구광모 시대를 본격화한다. 고(故)구본무 회장 동생으로 LG그룹 2대 주주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LG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그룹 지주회사 SK(주)는 27일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염재호 전(前) 고려대 총장을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최태원 회장은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경영에만 주력할 방침이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