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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경영 분리하는 전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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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경영 분리하는 전자업계

SK하이닉스‧LG전자, 이사회 의장에 김정호‧권영수 선임…책임경영 강화
전문가 “분리경영, 신속한 의사결정 부재로 기업 경쟁력 떨어트릴 수 있어” 우려

최근 전자업계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각각 SK하이닉스와 LG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전자업계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각각 SK하이닉스와 LG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글로벌이코노믹 오만학 기자] 최근 전자업계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호(56) SK텔레콤 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이석희(54)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경영 활동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박정호 사장이 과거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것은 물론 그룹 ICT(정보통신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반도체와 ICT 업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경험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고 그를 의장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또 이날 이사회 사외이사를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신임 사외이사로 하영구 전(前)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했다.

LG전자도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사회를 열어 권영수(62) (주)LG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투톱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직전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성진(63) LG전자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떼고 제품개발, 영업 등 사업·경영에 집중하고 새 의장인 권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주)LG를 대표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동력 발굴 등을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날 경기도 파주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권영수 부회장을 신규 기타비상무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기존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온 한상범(64)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경영에만 전념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7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바 있다.

이처럼 업계가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이유는 사업의 균형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의장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신(新)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것을 지원하고 CEO는 최고경영자 역할에 집중해 경영·영업·제품개발 등 비즈니스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이사회 독립을 밀어붙이는 것도 업계의 이사회 분리 바람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주요 기업의 이사회 분리 바람과 관련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사회 분리 체제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운영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반드시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투명성은 높아지겠지만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결국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만학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