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3시리즈가 일본에서 전개하는 라인업이 상당히 흥미롭다. 간단히 말해 '330i'와 '320i' 두 모델인데, 크기만 다를 뿐 탑재 엔진의 골격이 똑같다는 사실이다. 두 모델 모두 직렬 4기통 1998cc 터보임에는 틀림이 없고, 엔진 형식도 공통적인 'B48B20B'이다.
이전에는 그레이드(grade, 등급) 명에서 배기량이나 출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워감을 표현하는 스타일로 돌아선 지 오래다. 따라서 '330i'는 3000cc 정도의 파워를 자랑하는 3시리즈를 의미하고, '320i'는 2000cc 상당의 파워를 얻는 3시리즈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BMW는 동일한 엔진 모델에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만약 약간의 상상력을 더한다면 이를 알 수 있다. BMW 측으로서는 크기 확대 등의 사정에 의한 성능 저하를 보충하기 위해 330i를 시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은 전통적으로 크기가 작은 320i를 요구하고 있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BMW는 불가피하게 330i의 크기만 줄인 320i를 일본 시장에 내놓게 됐다. 그리고 일본 시장만을 위해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코스트(비용)적으로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결국 BMW는 330i의 엔진을 얹은 320i를 출시할 때 출력 컨트롤을 사용하여 출력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 엔진이 출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기 쉬운 터보차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를 역이용하면 320i의 엔진 출력을 얼마든지 330i의 엔진 출력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일본 시장은 터보차저의 과급압이나 연료계를 컨트롤하는 컴퓨터의 수치를 고쳐 쓰는 것으로 320i의 엔진을 라인업 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제 BMW는 동일 엔진에다 오직 컨트롤하는 컴퓨터만 다르게 두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에 개조 후에도 아무런 하자는 없다.
참고로 '330i M스포츠'의 일본 시장 가격은 632만 엔(약 6415만 원). '320i M스포츠'의 가격은 583만 엔(약 5915만 원). 그 차이는 49만 엔(약 500만 원)이다. 결과적으로 컨트롤 컴퓨터만 바꾸면 두 모델의 엔진은 100% 동일한 제품이 되기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은 굳이 인기 없는 330i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개조 방식을 이용할 경우 또 하나의 '득'도 있다. 바로 연비다. 본래 이 엔진은 330i의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320i로 억지로 다운그레이드한 것으로 오히려 연료 소모율이 증가했다. 320i의 연비는 15.2km/l인데, 이를 330i 출력으로 개조했을 경우 15.7km/l로 연비가 업그레이드된다.
한편, BMW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조만간 흡기매니폴드나 냉각시스템을 일본 차 전용으로 세공된 '진짜' 일본 전용 3시리즈를 일본에 도입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이 당연히 이러한 비법은 효과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늦기 전에 '320i+α=330i'를 구입하기 위해 일본 소비자들의 BMW 매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