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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열린 'KT 청문회', 화재 원인 대신 황창규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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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열린 'KT 청문회', 화재 원인 대신 황창규만 잡았다

KT 화재보다 채용 비리 5G 등 당초 청문회 취지 벗어난 질문도 상당량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된 국회 청문회가 5개월 만에 열렸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사진=최지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된 국회 청문회가 5개월 만에 열렸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사진=최지웅 기자)
'화재원인은 규명하지 못하고 황창규 KT회장만 잡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된 국회 청문회가 5개월 만에 열렸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황창규 KT 회장은 완전 복구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의원들은 구체적인 대비책을 내놓지 않아 실행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가 진행한 KT 아현국사 화재 청문회에서 여야는 화재 책임을 놓고 황창규 회장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사고원인 은폐와 부실 경영 등을 꼬집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황 회장은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KT 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일관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는데 임기를 다 채울 생각인 것 같다"며 "아현국사 화재 정도의 큰 재난이 났으면 사실 웬만한 회장 같았으면 책임을 졌을 것”이라고 밀어부쳤다.

황 회장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화재가 나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완전 복구와 재발방지대책을 탄탄히 하고, 잃어버린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과 힘을 쏟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에서 (왼쪽부터)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황창규 KT 회장,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 등이 참석했다.이미지 확대보기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에서 (왼쪽부터)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황창규 KT 회장,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 등이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KT가 화재 원인 규명과 관련해 소방청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화재 사고조사를 진행한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이 "KT의 조사 방해를 느꼈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고 답하며 논란을 키웠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화재 조사일지를 통해 확인해본 바로는 일단 도면 자료 수집이 안 되고 현장 조사는 이미 철거돼 못하고, 회선 설치에 대한 답변이나 면담 요청도 미루는 등 KT가 소방청의 조사에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방해행위를 진행했다"며 "소방청의 조사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황 회장은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모든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협조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조사 방해 사실은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다”고 해명했다.

황 회장의 '황제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구조조정 시행, 억대 성과금 수령 등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황 회장이 KT가 국민기업이라는 점을 망각한 무개념 경영으로 일관했다”며 “자신을 재벌 총수로 착각하고 KT를 사기업화하는 황제경영이 오늘날 화재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황 회장이 취임 이후 6년 동안 경영성과 명목으로 연봉 포함 120억원을 챙겼다"며 "대부분 인건비 절감을 통한 성과였고 폐지된 국사만 150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8304명의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체 직원의 25.5%를 내보내면서 늘어난 부채와 각종 경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KT경영고문단을 통한 로비 의혹도 집중포화 대상이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 취임 후 정치권 인사, 퇴역장성, 전직 지방경찰청장, 전직 고위공무원 등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 로비에 활용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이 의원은 경영고문 위촉 절차를 담은 ‘운영지침’ 문서를 공개하며 “경영고문으로 14명을 위촉해서 나간 돈을 따져보니 20억 가까이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황 회장은 "명단을 알지 못한다. 관여한 바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청문회는 KT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 열렸지만 황 회장을 향한 날선 질문공세로 인해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특히 여야는 이번 청문회에 불참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KT 화재 상생협의체 구성과 채용 비리, 5G 품질 문제 등 청문회 본질에 어긋나는 질의로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사고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우리 통신망의 안전이 확보되었거나 개선되고 있다는 징조를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매우 실망스럽게도 KT는 여전히 눈가림식의 대책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KT는 단순히 민영회사가 아니라 국가기관 시설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국민기업이라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며 화재 사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최지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