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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노조 부당행위 도넘어" vs. 건설노조 "우선고용 협약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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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노조 부당행위 도넘어" vs. 건설노조 "우선고용 협약 이행하라"

건설단체연합 "노조 불법행위 근절대책 마련" 국회·정부에 호소에
건설노조 "공사비 삭감, 이주노동자 양산 일자리 경쟁 내몰려" 맞불대응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국회와 정부에 제출한 건설노조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마련 호소문 일부. 자료=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국회와 정부에 제출한 건설노조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마련 호소문 일부. 자료=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를 없애달라는 건의문을 관계기관에 제출하자, 건설노조도 '열악한 공사비와 임금' 문제를 내세워 맞불대응에 나서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 등 국내 주요 건설단체들의 연합체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9일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부당행위가 도를 넘어서 건설현장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엄정한 법 집행과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국회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에 일제히 제출했다.
건단련은 "현재 건설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해외수주 감소, 주택경기 위축, 저가낙찰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다"며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건설업체들이 부당한 피해는 물론 경영의욕까지 잃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단련은 호소문에서 "노조단체들의 자기 노조원 채용 요구는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공기업의 취업청탁·비리 사건과 다를바 없다"며 "경제적 취약계층인 일반 건설근로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취업기회조차 얻을 수 없어 공정사회 구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현장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을 비롯해 약 10개의 건설노조가 있다. 이들은 신규 건설현장이 생기면 현장소장을 찾아가 곧바로 자기 소속 조합원을 고용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장 출입구를 막거나 출근하는 비노조원 근로자를 불법 검문하는 등 물리적으로 공사 진행을 방해하고, 이 과정에서 건설노조 간에 물리적 충돌을 빚어 공사현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9일 오전에는 서울 강남 개포8단지 재건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한국노총 조합원 약 200명이 몸싸움을 벌여 1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4월 23일에도 양측 조합원 1000여명이 대치해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또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사소한 규정위반을 찾아내 현장소장을 노동부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고 건단련은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상 건설사가 근로자에 보호조치 해야 할 사항이 5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찾아내려 하면 사소한 위반사항이라도 발견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건단련의 설명이다.

또 새벽부터 공사현장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놓는 등 주변 주민들의 민원을 야기시켜 공사 진행을 방해하는 부당행위 사례를 들었다.

이밖에 생산성이 낮은 자기 노조 소속의 초보 근로자도 숙련공과 동일한 일당을 요구하거나 쉬는 날에도 일당을 요구하는 등 부당요구가 빈번하다며 근절책을 빨리 강구해 달라고 건단련은 촉구했다.

이같은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를 없애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들어 1~4월에만 15건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총 12건과 비교해 크게 증가해 건설업계의 고충이 더 커져가고 있음을 나타냈다.

한 청원인은 "현 정부가 저들에게 얼마나 큰 빚을 졌기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가 법 위에 존재하냐"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신고할 경우 각종 집회, 고소·고발 등 더 큰 보복을 맞게 된다"며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도 "양대노총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3만명, 한국노총 건설노조 3000명 등 전체 노조원을 합쳐도 전체 건설현장 근로자의 2%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 일자리 감소로 양대노총 간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건설현장 전체가 이들에게 휘둘려 건설사는 물론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은 문제"라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같은 건설사의 집단대응에 노동계도 발끈 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0일 '건단련을 향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호소문'을 발표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적정공사비와 적정임금 책정"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호소문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내려가면서 공사비가 삭감되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자 탓만 해선 안된다"며 "서울 올림픽대로-여의도 간 진입램프 건설현장은 발주처인 서울시가 적정임금을 시행한 덕분에 국내 건설노동자들이 몰려 이주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시공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건설업체 중 철근콘크리트 분야에서만 50만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중 20만명이 이주노동자로 추산된다"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산업에서 적정임금이 보장되지 못해 이주노동자 일자리만 양산되고 국내 건설노동자들을 일자리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며 건설사들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건설사가 건설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법제화한 이후 양대노총은 모두 이를 근거로 건설단체와 소속 건설사들과 '노조 소속 조합원을 고용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을 맺었다"며 "자기 조합원을 우선 고용해 달라는 요구는 불법이 아니다. 따라서 이 단체협약을 관철시키기 위한 시위나 건설현장의 규정위반 감시와 고발, 이주노동자의 불법채용 여부 감시 등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건설사들이 약속한 협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