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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해외진출 40년' 日 금융기관, 일본식 경영방식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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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해외진출 40년' 日 금융기관, 일본식 경영방식 한계 노출

중앙집중관리, 잦은 간부교체, 의사결정 지체 등 해외에선 안 먹혀

일본 도쿄 MUFG파이낸셜그룹.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 MUFG파이낸셜그룹.
노무라(野村)증권과 일본 대형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0일(현지 시간)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이 된 이후 수차례 일본 주요 금융기관들이 투자은행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위를 확립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집중관리, 프로세스 중시, 수년마다 이루어지는 간부교체, 시간이 걸리는 의사결정 등 일본식 경영방식이 해외에서는 통용되지 않으면서 40년간의 분투가 결과를 맺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쿄(東京)에 3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부티크투자은행 '키프 브루에트 앤 우즈'의 데이비드 트레드골드 씨는 "일본은 제조업 대국이지만 금융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내 환경이 냉엄한 일본의 대형금융기관이 해외에서의 약점은 또다른 타격이다. 최근 발표한 결산에서 경기둔화와 무역마찰 격화의 영향이 선명해지며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파이낸셜그룹, 미쓰비시(三菱)UFJ파이낸셜그룹(MUFG),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모두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밑도는 이익전망을 나타냈다. 장기간 초저금리 환경아래 비용절감이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은 자명하며 특히 해외에서의 비용절감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노무라증권은 1980년대 초 일본의 투자자로 미국 국채를 판매할 목적으로 우수한 트레이더들을 채용했지만 이후 국내에서는 통용돼도 미국 월가와 런던 금융가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좌절했다. 즉 지나친 위험회피, 이익보다 프로세스 중시의 중앙집중관리체제, 그리고 수년마다 간부 교체 등 인사관행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트레드골드씨는 "일본기업의 의사결정은 콘센서스 중시로 절차가 얽혀있어 너무 느리다"면서 "이러한 스타일의 동의는 테네시주의 자동차공장 노동자로부터는 얻기 쉽겠지만 맨해튼이나 런던의 투자은행에서는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세로서는 미주 금융기관이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타격을 받았을 때 찬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전 양상이 눈에 띈다.
일본 최대 증권업체 노무라증권과 최대은행 MUFG는 다른 전략을 세워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양사의 주가를 보면 2008년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노무라는 81%, MUFG는 51% 하락했다.

MUFG는 금융위기 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90억 달러(현재 환율로 9900억 엔)를 출자했으며 지금은 최대주주로서 모건스탠리로부터 배당을 받고 있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파탄난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과 아시아 사업을 매수했다. 이 사업 및 노무라 자본시장 수입은 2007년을 포함해 120억 달러 상당에 달했지만 현재는 50억 달러 전후에 그쳤다. 과다한 직원에 비해 고객은 적어져 노무라 지키기로 선회했다. 10억 달러 비용절감 외에 인원을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150명 줄이고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직원감축에 나섰다. 인원삭감은 40년간 네 번째다. 노무라는 198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에 세계적인 사업확대를 도모했다.

노모라의 종업원 수는 지금도 리먼에서 인계한 8000명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2018년 수입은 2007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인원 수는 1만 명이나 많다.

노무라가 해외트레이딩사업에서 수익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은 고보수인 트레이더에게 리스크를 취할 권한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 노무라 직원이 지적했다. 리스크포지션의 처리에 항상 본사로부터의 승인이 필요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의 뉴욕주재 종업원도 같은 상황을 지적했다. 미국사업의 미국인 책임자의 결정이 자주 일본인 공동책임자에게 뒤집혔다.

또 이 은행을 포함한 일본계 금융기관들은 해외로 보내는 간부를 3년마다 교체하는 관례로 이들 담당자의 현지 시장에 관한 이해와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MUFG의 미국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트레이더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되기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거래에서 10센트의 잘못을 처리하는 데 수십 명이 관여해 수주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MUFG측은 이러한 내용은 과거의 일이고 미국과 유럽의 증권·투자은행부문의 책임자에게 일본인 이외의 사람을 기용해 그들이 적절한 권한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채권 트레이딩에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등 해외시업의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와 미쓰이스미토 모두 해외에서의 채용 및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일본 금융기관은 여전히 대부분의 업무에서 세계 톱20에 들지 못하고 있다. 그중 모건스탠리와 윈윈게임을 한 MUFG의 상대적인 성공이 눈에 띈다. MUFG의 지난해 이익의 4분의 1이 모건스탠리로부터 받은 배당이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