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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 언론인이 본 한국 내 좌우대립 격화 “결론은 한국당의 오버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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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 언론인이 본 한국 내 좌우대립 격화 “결론은 한국당의 오버 페이스”

내년 4월 총선까지 1년을 남긴 가운데 한국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노골적인 '극우지향'의 자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것이 군사, 외교 면으로까지 비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정상적인 논의의 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한미정상 전화회담 내용을 유출한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한미정상 전화회담 내용을 유출한 한국당 강효상 의원.

■ 한·미 전화 정상회담 내용 빼내 정쟁 활용

이야기는 조금 거슬러 올라가 지난 5월9일 오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을 폭로했다. 그것은 “한국 국민이 희망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도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25~28일)직후 방한을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강 의원은 이어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롭다고 답하고 일정을 생각하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때 잠시 들르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주한미군 앞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는 방법도 있다며 답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한국의 청와대나 미국 백악관에서 보도 자료를 낸다. 공개범위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그 내용은 거의 같다. 그러나 강 의원의 회견내용은 양국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보도된 (강 의원의 발언) 내용 중 방한방식, 내용, 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되지도 않았다. 무책임하고 외교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밝혀진 것은 5월16일이 되면서였다. 시기는 일본에서 열리는 G20정상 회의 전후로 여겨졌지만 지금도 정확한 일정은 알지 못한다.
이어서 22일 한국 종합편성 방송 JTBC는 강 의원 발언에 대한 정보의 출처가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임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2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엄중히 문책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K씨가 소환되어 27일 외교부의 감찰을 받았고 지금은 형사고발된 상태다.

한국 신문 ‘중앙일보’에 따르면 28일 K씨는 변호사를 통해 “강 의원과 30년간 특별히 연락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외교부의 정책을 알리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해 준 것이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이 내용을 ‘굴욕외교’로 포장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강 의원이 소속된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정부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의 나경원 원내 대표는 23일 “폭로내용은 정권의 굴욕외교실태를 밝히는 공익에 맞는 성격”이며 외교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의 자세를 비판했다.

당시 강 의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한국외교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나 백악관이 전파하지 않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했다. 당리당략을 떠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검찰에 강 의원을 고발했다.

사진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운데)가 강원도 철원 군부대를 방문할 때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운데)가 강원도 철원 군부대를 방문할 때의 모습.


■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의도적인 위험한 선동

비슷한 시기 역시 한국당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일어났다. 황교안 당대표가 23일 남북 대치의 최전선인 강원 철원의 군부대를 방문했을 때 한 발언이 그것이다.

여러 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초소(GP·Guard Post)을 찾은 그는 병사들에게 “정부의 안보의식이 약해짐으로써 국방시스템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정치가 평화를 말해도 군은 (적을) 막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며 군과 정부, 국방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군도 양보하는 입장을 보여서는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취재차 방문한 보도진에 대해서도 남북 군사합의를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며 정부의 안보정책을 일일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방부는 25일 “9.19 남북합의 체결 후 지금까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활동이 일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강한 힘으로 지탱하는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무분별한 발언은 국가안보의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황 대표를 비판했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7일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무슨 뜻인가. (군에)명령을 거역하라는 것인가. 너무 심한 발언이다. 자숙하라”고 비판했다. 또 야당인 정의당 등에서도 “군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민주주의 기본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진은 한국당의 좌파 척결 민생투어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한국당의 좌파 척결 민생투어 모습.


■ 한국당의 지지층 결집 노린 극단적 우향우

앞선 예에서 보듯이 한국당은 외교와 군사라는 안보의 근간과 관련된 부분에서 정부와의 대결자세를 선명히 하고 있다. 그 배경에 뭐가 있을까? 한국정치에 정통한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이관후 선임연구원은 28일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꿈으로써 지지층의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남북관계라는 가장 쉬운 재료를 이용해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가진 층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좁아지고 있다. 매주 2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리얼미터’의 최신(27일) 지지율은 ‘39.3% vs 31.9%’ ‘한국갤럽’의 최신(24일)지지율은 ‘36% vs 24%’였다.

한편 그는 한국당의 지지율을 “실제는 20%대 초반 정도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며 “이를 3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수성이 강한 50대 이상의 층에 어필하고 있지만 이번 강 의원과 황 대표의 건은 분명한 ‘오버 페이스’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당은 회기 중 국회를 내팽개치고 18일째 ‘전국투어’를 이제 막 마친 상태다. ‘한국 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24,25일)에서는 “국회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51.7%가 한국당에 27.1%가 민주당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탄핵정국 때 광화문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이 맞불시위를 하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지난 2017년 탄핵정국 때 광화문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이 맞불시위를 하는 모습.


■ 확대 재생산되는 좌우갈등 도대체 언제까지

앞서 소개한 2가지 사건은 여러 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예컨대 강 의원 건에서는 외교부 규율의 이완이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와대 주도로 외교부를 소홀히 하는 정권에 대한 항명 등으로 볼 수 있다. 황교안 대표의 말에서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위험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기사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에 있어서의 끝없는 좌우대립’이다. 여기서 좌우란 북한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적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입장차이로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보수신문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에서 강 의원의 건에 대해 “기밀을 공개한 것이 아니어서 문제없다. 여당이나 정부의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국익을 해친다는 논조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정치를 말할 때 흔히 쓰이는 관용구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타인이 하면 불륜)’이란 게 있다. 이중적 태도를 의미하는데 그 공격성은 서로에 대한 낙인이 횡행하는 강고한 진영론 아래 외교와 군사 같은 북한과 관련된 토픽에 극대화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넘어서는 이런 충돌은 이제 의견대립을 넘어선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 정상적인 논의의 장이 한국 정계에서 소실되고 말았다.

일례로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선언 이후 오늘까지 국회에서 여야 정치인이 이마를 맞대고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 외교, 군사, 재정 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의미 있는 논의를 한 것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일·중·러 주변 4강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매우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 시점에서는 좌우 진영의 통합이나 소통을 촉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공약 중 하나인 통일을 위한 국민적 합의인 국민통일협약 제정 등은 ‘하늘의 별 따기’로 보인다.

전술한 이 수석연구원은 좌우 대립의 상황에 대해서 “내년 4월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여당은 이제 와서 더 저자세가 될 필요가 없고, 자유한국당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년마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물갈이하는 총선은 내년 4월15일에 실시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