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대호 칼럼] 홍문지회(鴻門之會)의 칼춤… 트럼프· 시진핑 미-중 정상회담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칼을 갈고…북한 핵문제 통상마찰 전망은

기사입력 : 2017-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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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지회의 칼춤. 트럼프와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이 홍문지회의 칼춤이었다는 지적이 니오고 있다. 두 사람의 처신이 초한지 항우와 유방이 홍분에서 벌이는 헤게모니 쟁탈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호 박사의 진단. 홍문지회의 고사와 앞으로의 세계는? 사진은 자금성에서 시진핑 트럼프 내외가 산책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경제학박사]
미국과 중국의 정상 회담이 끝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에게 자금성을 통째로 내주는 등 최고의 환대를 했다. 무려 280조원어치의 구매약속까지 했다. 옛날로 치면 조공까지 받친 셈이다.

그동안 중국 압박에 열을 올려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극한의 접대에 취한 듯했다. 한 마리의 착한 양으로 변해 중국찬가를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6세 짜리 손녀딸 아라벨라의 중국어 노래 동영상까지 틀어대면서 중국과의 우의를 다졌다.

두 나라는 불과 달포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핵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북한 핵을 응징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세계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베이징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역사의 자리로 주목을 끌어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트럼프와 시진핑의 미-중 정상 회동은 너무도 싱거웠다. 긴장과 대결의 분위기는 초봄에 눈녹듯이 시나브르 사라져버렸다. 회담장 주변에는 웃음과 칭찬만이 흘러 넘쳤다.

중국과 미국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라다. 정치학계에서는 이 두 나라를 ‘G2’ 라고 부른다. 세계의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사이로 보아왔다. 그런 G2의 정상들이 화기애애하게 우의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세계에는 평화가 왔다고 안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중국에는 홍문지회(鴻門之會)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의 열전 항우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홍문지회의 사전적 의미는 겉으로는 즐겁게 춤을 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 죽이려고 살의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미국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홍문지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이 일견 화목한 척해도 안으로는 여전히 칼을 갈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문지회의 고사는 중국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문지회는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족의 영웅 항우와 유방의 실제 스토리에서 나왔다. 단순히 이야기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이 홍문지회의 모임 이후 세력판도가 항우에서 유방으로 넘어가 한나라 건국의 초석이 되었다.

때는 기원전 210년 이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사망했다. 이후 진승과 오승의 난이 일어나면서 전국이 어지러워졌다. 기원전 208년 항량(項梁)이 진시황 시절 망했던 초나라를 다시 재건했다. 초대 왕으로는 옛 초나라 회왕의 후손인 의제를 추대했다. 항우와 유방은 바로 이 항량의 수하에 있었다.

항량은 수하의 장수들에게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을 먼저 정복하는 자에게 관중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권의 꿈을 꾸고 있었던 항우와 유방은 함양 정복에 나섰다.

먼저 함양으로 진격한 이는 유방이었다. 시차를 두고 항우도 이내 밀어닥쳤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같은 편끼리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먼저 진입해있던 유방의 군사들이 함양의 진입구인 함곡관에서 항우의 군사들을 저지한 것이다. 함양 함락의 공을 독차지하기 위한 유방 측의 의도된 자기편 공격이었다. 유방군사의 기습으로 항우 군사들이 여럿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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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모습


함곡관에서 유방의 군사들에게 일격을 당한 항우는 홍문에서 진을 쳤다. 그리고는 유방을 호출했다. 유방으로서는 자신보다 서열이 더 높은 항우의 명령을 거역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당시 홍문에 진을 치고 있는 항우의 군사는 유방보다 훨씬 강했다. 오라는 명을 어기면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기세였다.

당시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항우는 새 초나라를 세운 항량의 조카이다. 대대로 초나라 장수 집안에서 태어나 세력이 훨씬 크고 지지 기반도 확실했다. 보유하고 있던 군사의 수도 유방보다 훨씬 많았다.

세 불리를 느낀 유방은 어쩔 수 없이 홍문으로 갔다. 번쾌와 장량 등 참모들과 함께 100 여 기병을 이끌고 홍문에 도착했다. 항우는 유방이 도착하면 바로 참해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홍문에 도착한 유방이 항우 앞에서 다짜고짜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스스로 항우의 신하라고 칭하면서 사죄를 한 것이다. 실로 굴욕적인 항복이었다.

유방은 자신이 먼저 함양에 들어가 진나라의 항복을 받아냈으나 오로지 항우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항우가 보다 손쉽게 함양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미리 닦은 것일 뿐 관중의 통치권을 차지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함곡관의 유방 군사가 항우군사에게 한 행동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돌출행동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 유방의 간계에 항우는 속아 넘어갔다. 유방은 스스로 신하가 되겠다는 유방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항우는 감격한 나머지 유방을 위한 주연을 베풀기로 했다.

그때 항우의 책사는 범증이었다. 범증은 유방이 눈앞의 위급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함양을 함락하고도 그곳의 보물과 미녀들을 일체 손도 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유방의 거짓 연극을 확신했다. 호색한으로 악명이 높았던 유방이 여자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점령한 함양을 자신의 봉토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았다. 범증은 유방의 야심을 간파하고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신하를 칭하는 장수를 명분 없이 죽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칼춤이다. 술 파티에 무사를 들여 칼춤을 추게 한 다음 도중에 실수인 척 죽여 버리는 것이다. 범증은 항우의 친척동생인 항장(項莊)에게 연회석에서 검무를 추는 척하며 유방을 찌르라고 했다. 항우의 손짓 하나면 유방은 칼춤 와중에 죽게 되어 있었다.

유방 측에서 이런 항우 측의 살인 음모를 모를 리 없었다. 당시 유방의 책사였던 장량은 그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항량에게 다가갔다. 춤판에 끼어들어 항우의 책사 범증이 들인 무사와 함께 칼춤을 추면서 유방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었다. 항량은 장량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적이 있다. 항량은 그 은혜에 보은한다는 마음으로 장량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춤판에 끼어들어 유방을 보호한 것이다.

장량은 이어 범괘 라는 무사를 불러 춤판을 어지럽힌다. 범괘를 통해 혼란한 틈을 만든 다음 그 순간 유방으로 하여금 도망하도록 만들었다. 유방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났다. 그러는 사이 항우는 명령신호를 보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흔히 장자방으로 불리는 장량의 지혜가 아니었으면 유방은 홍문에서 벌써 죽은 목숨이었다. 그랬다면 유방의 의한 한나라 중국의 통일도 없었을 것이다.

유방이 달아난 것을 눈치 챈 범증은 탄식하며 서둘러 결단을 내리지 않은 항우를 원망했다. 범증은 그때 “장차 유방이 항왕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며 우리들은 유방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범증의 이 예언은 훗날 그대로 적중했다.

홍문은 지금의 중국 섬서성(陝西省) 임동현(臨潼縣) 부근에 있는 지명이다. 섬서성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아바지인 시중린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태어나 문화혁명 때 섬서성에서 하방생활을 했다. 섬서성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만큼 시진핑이야말로 홍문지회의 고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호사가들은 시진핑의 이번 트럼프 접대를 현대판 ‘홍문지회의 춤판’ 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겉으로는 절친한 듯 보였으나 속으로는 서로 죽이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원유 파이프라인 폐쇄와 통상마찰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도 나누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뜨거운 감자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에는 서로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물 밑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두 나라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현명한 처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김대호 대기자/경제학박사 yoonsk828@g-enews.com 김대호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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